Pareidolia

파레이돌리아

4채널 오디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변상증(變像症)으로 번역되는 이 현상은, 모호하거나 형태가 없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서 뇌가 익숙한 패턴을 찾아내고 착각하는 인지 현상입니다. 관련없는 모양에서 눈, 코, 입과 같은 얼굴의 형태를 본다든지, 무작위한 소음 속에서 사람의 음성이나 특정 음을 듣는 듯 느끼는 것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뇌의 오류이지만, 인간이 자꾸만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알 수 없는 것에서 어떻게든 아는 것을 찾고자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디퓨전 모델의 이미지 생성 과정. 무작위 노이즈에서 시작해 노이즈를 조금씩 지워 나가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면 고양이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의 기술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도, 무작위의 노이즈를 생성한 뒤 그 속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걷어내며 알아볼 수 있는 패턴을 조금씩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변상증의 원리와 유사하게 창작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에 노이즈는 다시 한 번,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나는 일견 AI와는 달리 백지 위에 새로운 것을 그려내는 것만 같지만, 사실은 어쩌면 내가 인지할 수도 없는 수많은 생각의 노이즈 속에서 옅게나마 반짝이는 무언가의 편린을 찾고 솎아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내게는 더 많은 노이즈가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필요한 것, 원하는 것만을 듣고 쓰기 위해 문을 닫고 귀를 막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귓속으로 쏘아지던 온갖 음악과 알림도 끄고 보면, 세상에는 이미 무한한 소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귀를 기울이자 규칙 없던 소리들에도 의미와 익숙함이 덧입혀졌습니다.

악보를 본 적도 없는 새들이 자아내는 선율. 박자를 익힌 적도 없는 풀벌레의 정확한 리듬. 반면에 언제 불어올지 전혀 알 수 없는 바람. 단 한 번도 동일한 적 없었을 파도의 소리. 쉬지 않고 한 자리에서 가동되고 있는 기계가 내는 단일한 음. 수많은 이들을 싣고 어딘가로 떠남을 알리는 경적과 고동과 엔진 소리. 무어라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시장통의 말들. 체면치레 없이 한껏 시끄럽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그 모두가 어느 순간에는 마치 어떠한 음을 들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익숙한 터전인 인천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해 온 소리들, 그리고 그것이 촉발한 상상력을 한데 모으니 이렇게 하나의 패턴이 되었습니다. 녹음한 수많은 소리 속 음과 리듬을 찾아내어 분절하고 그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여 연주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인천의 소음들이 만들어 낸 음악입니다. 아니면 내가 음악으로 착각한 소음들입니다. 늘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던, 돌을 때리는 리듬 속에서, 사냥감을 부르는 목소리의 음고 속에서, 어떠한 패턴을 찾고 그것이 듣기에 좋다는 것을 발견했을 최초의 존재들을 상상해 봅니다. 음악의 탄생이 그러하다면 지금도, 모든 것으로부터 음악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 파레이돌리아는 그저 분열적인 착청(錯聽)일까요, 아니면 창작의 신비에 대한 무언가를 함의할까요? 음악은 어디로부터 생겨나는 것일까요? 이제 이 밀폐된 갤러리를 나설 당신에게는 수많은 소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무슨 의미를 발견할 수 있나요?